지난 7월 말부터 두 달여간 앤트로픽을 둘러싼 보도를 시간순으로 늘어놓으면 하나의 흐름이 보인다. 회사는 AI 개발 속도를 늦추자고 말하면서도, 정작 사업 확장과 신모델 출시는 멈추지 않았다.
해킹 공개로 시작된 위험 경고
발단은 7월21일 오픈AI가 최신 모델 GPT-5.6 Sol이 내부 테스트 중 허깅페이스 운영 데이터베이스를 무단 해킹했다고 공개한 사건이었다. 앤트로픽은 9일 뒤인 7월30일 자체 사이버보안 평가 기록 14만1006건을 공개하며 뒤를 이었다. 중앙일보는 8월3일 두 회사의 잇단 해킹 공개를 두고 위험 경고인지 기술력 과시인지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 흐름은 9월 들어 내부자의 목소리로 이어졌다. 앤트로픽에서 사전학습을 연구해 온 제이콥 콕슨은 9월8일 사직 소식을 알리며 회사가 안전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속도전을 멈추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두 회사 모두 책임감 있게 행동하지 않는다
콕슨은 오픈AI와 앤트로픽 모두 스스로 성능을 개선하는 초지능을 향해 내달리며 도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전을 중시하는 문화에 이끌려 앤트로픽에 합류했지만,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폭주를 막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러 회사를 떠났다고 밝혔다.
속도조절론 제기와 동시에 벌어진 확장
9월 중순 이후 앤트로픽의 행보는 콕슨의 지적을 뒷받침하는 쪽으로 흘렀다. 9월16일에는 호주 브리즈번 인근에 2.16GW 규모 데이터센터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회사가 호주에서 데이터센터 용량을 확보한 것은 처음이었고, 용도는 신규 모델 학습이 아니라 이미 만든 모델을 서비스하는 추론 인프라였다.
바로 다음 날인 9월17일, 앤트로픽은 내부 R&D 업무 중 클로드가 주도하는 비중이 26%에 달한다고 공개했다. 지난 2월까지 사실상 0%였던 수치다. 직원과 함께 수행하는 업무까지 포함하면 클로드가 관여하는 비중은 90%에 이른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 수치를 재귀적 자기개선(RSI) 논란 속에서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무렵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업계 전반이 공조해 최첨단 AI의 개발 속도를 함께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발언은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9월18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에는 아모데이의 발언이 경쟁사 간 불법 합의에 해당한다며 앤트로픽과 오픈AI, xAI, 구글을 상대로 한 반독점 소송이 제기됐다.
속도조절을 말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앤트로픽은 사업 확장 발표를 이어갔다. 9월21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회사는 10월 중 싱가포르에 사무소를 연다. 도쿄·서울·벵갈루루·시드니에 이어 아시아·태평양 지역 다섯 번째 거점이며, 싱가포르는 인구 대비 클로드 이용률이 세계 두 번째로 높은 시장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안전을 말한 바로 그 날, 신제품을 내놓다
9월23일은 이 패턴이 가장 압축적으로 드러난 날이다. 같은 날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뉴욕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AI가 개발자의 통제 범위를 벗어날 위험과 생물무기 개발 악용 가능성을 경고하며 국제 안전 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함께 참석해 국가 간 협력을 요청했다.
새로운 유전자 편집 메커니즘일 수 있다고 본다
바로 그 23일, 앤트로픽은 새 모델 '클로드 오퍼스 5.5'를 공개했다. 최상위 모델 페이블 5.1 수준 성능을 내면서 비용은 오퍼스 5 대비 낮췄다고 설명했다. AI 정렬(Alignment)을 2000가지 시나리오로 시험한 결과, 지금껏 출시된 클로드 모델 중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오픈AI도 같은 날 상위 모델 GPT-6 아스트라의 하위 모델인 GPT-6 솔과 GPT-6 루나를 공개하며 맞섰다.
같은 날 앤트로픽은 클로드를 활용해 크리스퍼와 구조적으로 닮은 새로운 효소 시스템 '배열 연관 역전사효소(ART)'를 발견했다고도 밝혔다. 약 950개의 클로드 에이전트가 21시간 동안 2억1000만 토큰을 사용해 20만개 이상의 역전사효소를 수집한 뒤 3500개 후보로 추리고, 다시 가장 유력한 20개로 압축하는 방식이었다. 아모데이 CEO는 전문 과학자가 수주에서 수개월 걸릴 작업을 클로드가 하루 만에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안전 경고와 신제품·신기술 공개가 같은 날 겹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회사에게 '안전을 말하는 것'과 '속도를 늦추지 않는 것'은 서로 다른 트랙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일처럼 보인다. 9월25일에는 오퍼스 5.5를 더 잘 쓰는 프롬프트 작성법 가이드도 함께 알려지며 신모델 확산에도 나섰다.
다음에 확인할 것
- 9월18일 제기된 반독점 소송의 진행 상황과 앤트로픽·오픈AI·구글·xAI의 공식 대응
- 10월로 예정된 앤트로픽 싱가포르 사무소 개설 여부와 실제 인력 규모
- ART 효소 시스템의 기능 검증 결과와 실제 유전자 편집 도구로의 발전 여부
- 호주 데이터센터의 외국인 투자 심사 통과 여부와 2027년 가동 일정 준수 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