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폴더블을 공개한 주, 앱이 따라올 길도 함께 열렸다

사이재

2026년 09월 17일

예고된 격돌

9월 8일, 삼성전자는 갤럭시Z폴드8 옥외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광화문 KT스퀘어를 시작으로 코엑스 케이팝 라이브, 도쿄 시부야역,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와 아우터넷 등 주요 랜드마크에 '웰컴 투 폴더블' 광고를 순차적으로 걸고 있다는 것이었다. 애플의 첫 폴더블폰 공개를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울트라 씬',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폴더블' 같은 문구로 두께와 무게, 내구성을 앞세웠다.

삼성은 2019년 첫 갤럭시 폴드 이후 8세대에 걸쳐 폴더블을 내놨고, 현재 106개 시장에서 판매 중이다. 갤럭시Z폴드8 시리즈는 국내에서 역대 갤럭시 스마트폰 사전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같은 시기 화웨이는 트라이폴드 후속작 '메이트 XT2'를, 샤오미는 '샤오미18 폴드'를 선보였다. 경쟁사들이 일제히 신제품을 쏟아낸 시점에 애플이 시장에 들어온 셈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글로벌 폴더블폰 누적 출하량이 올해 말 1억대를 넘어설 것으로 봤다. 다만 폴더블은 아직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약 2% 수준이고, 2027년 출하량이 전년 대비 37% 늘 것이라는 전망이 애플 진입을 전제로 깔려 있다.

애플의 반격, '듀오'와 시리 AI

9월 9일(현지시간) 쿠퍼티노 애플파크. 존 터너스 신임 CEO가 취임 후 첫 무대에서 '아이폰 듀오'를 공개했다. 2007년 첫 아이폰 이후 19년 만에 처음 선보이는 폴더블 디자인이다.

접었을 때 5.4인치, 펼치면 7.6인치로 아이폰18 프로맥스보다 화면이 50% 넓다. 양쪽 화면에서 다른 앱을 동시에 쓸 수 있고, 아이패드 전용이던 애플펜슬 필기도 된다고 소개됐다. 다만 이 대목은 보도가 갈린다. 연합뉴스와 헤럴드경제는 "애플펜슬 필기도 가능하다"고 적었지만, 테크M은 "애플펜슬 지원도 예고했다"고 썼다. 지금 쓸 수 있는 기능인지, 앞으로 열릴 기능인지가 기사마다 다르다. 다만 페이스 아이디는 빠지고 터치 아이디만 탑재됐으며, 티타늄 테두리로 무게는 254g, 역대 아이폰 중 가장 무겁다. 내부에는 최신 모바일 칩 'A20 프로'와 자체 통신 칩 'C2'를 넣고 증기실(베이퍼챔버)로 발열을 잡았다.

터너스 CEO는 삼성 등 기존 폴더블을 겨냥해 이렇게 말했다.

"다른 업체들은 마치 휴대전화 두 대를 어색하게 붙여놓은 듯한 폴더블폰을 만들었고 그 결과 사람들이 사용하는 방식에 잘 맞지 않는 정사각형 화면이 됐다"

애플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iOS 27 차원에서도 폴더블에 대응했다. 내부·외부 화면의 종횡비를 동일하게 맞추고, 독과 다이내믹 아일랜드를 화면 옆으로 옮겼다. 접고 펴는 동작에 맞춰 콘텐츠가 비례 조정되도록 설계를 바꿨다. 화면 아래에 카메라를 숨기고 반사를 줄이는 나노 텍스처로 마감했으며, 기기를 세워두면 영상통화 기기나 탁상시계로 쓸 수 있다. 멀티태스킹은 '스플릿 뷰'로 두 앱을 나란히 놓거나, 사파리처럼 같은 앱의 창 두 개를 열어 비교하는 방식이다. 자주 쓰는 앱 조합을 저장할 수 있고, 한쪽에서 콘텐츠를 보며 다른 쪽에서 시리 AI와 대화하는 것도 된다. 더버지는 초기 체험에서 여닫을 때 화면이 그냥 켜지고 꺼지는 게 아니라, 기기가 최종 위치에 가까워질수록 콘텐츠에 초점이 맞는 듯한 점진적 전환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아이폰 듀오 256GB 모델은 1999달러, 한국 판매가 329만원이다. 10월 16일 예약, 23일 매장 판매다. 1차 출시국 70여 개국에 한국도 포함됐다. 같은 날 공개된 아이폰18 프로는 시리 AI를 전면에 내세웠는데, 메일과 메시지를 뒤져 답을 찾고 30만 개 넘는 앱에서 직접 행동을 수행한다.

앱이 따라오게 만드는 쪽

폴더블에서 진짜 문제는 접히는 화면이 아니라 그 위에서 도는 앱이다. 애플은 iOS 27에 아이폰 듀오용 구성요소를 따로 담고 개발자 플랫폼을 함께 손봤다. iOS 27 SDK로 빌드해 둔 앱은 아이폰 듀오에서 그대로 돌아간다. 접었을 때는 상태 표시줄과 카메라 왼쪽 공간을 쓰고, 펼치면 아이패드에서 아이폰 앱을 연 것처럼 원래 비율을 유지한다. 여기서 한 칸 더 나가려면 새로 배포된 iOS 27.1 SDK가 필요하다. 그걸 쓰면 앱이 상태 표시줄 영역을 넘어 화면 전체로 확장된다. 엑스코드의 디바이스 허브에는 아이폰 듀오 시뮬레이터가 들어갔다. 기기가 아직 팔리지도 않은 시점에 개발자가 화면 시나리오를 미리 돌려볼 수 있다는 뜻이다. 하드웨어 공개와 같은 주에 앱이 적응할 경로까지 함께 열어둔 셈이다.

삼성의 즉각 대응

애플 발표 이틀 뒤인 9월 11일, 삼성 모바일 뉴질랜드 계정은 뉴질랜드 팔머스턴노스에 사는 동명이인 '팀 쿡'을 내세운 광고를 올렸다. "팀 쿡이 갤럭시폰으로 바꿨다"는 문구로 시선을 끈 뒤, 애플 이사회 의장이 아닌 일반인이라는 반전을 준 방식이다. 갤럭시Z폴드8을 직접 소개하는 영상도 이어 게시했다.

세계일보는 올해 폴더블 시장 점유율을 삼성 38%, 애플 25%로 전했다. 선점 효과를 지닌 삼성과 후발주자 애플의 구도가 수치로도 드러난다. 마케팅 신경전은 제품 공개 직후부터 곧바로 시작됐다.

숫자로 보는 애플의 체급

지디넷코리아 보도에 따르면 아이폰17 시리즈는 출시 첫해 매출 230조원을 기록해 역대 아이폰 중 최고치를 찍었다. 전작 아이폰16 대비 11% 늘었고, 삼성전자 MX·네트워크 사업부 매출의 1.8배에 달한다. 기본 모델이 2026년 상반기 단일 모델 기준 글로벌 판매량 1위에 오르며 흥행을 이끌었다. 카운터포인트는 그 배경으로 가격을 들었다. 2025년 4분기 이후 모바일 메모리 값이 4배로 뛰면서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이 출고가를 올리거나 사양을 조정한 사이, 애플은 가격을 비교적 그대로 뒀다는 것이다. 부품값이 올랐는데 값을 안 올린 쪽이 반사이익을 가져간 구도다. 같은 분석은 아이폰 듀오를 두고는 다르게 말한다 — 1999달러부터 시작하는 초프리미엄이라 판매량 자체는 제한적이겠지만, 아이폰 평균판매가격(ASP)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체급 차이는 통신 3사의 대응에서도 감지된다. 8월 번호이동이 68만 건까지 치솟은 가운데, 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아이폰18 시리즈 출시에 맞춰 중고폰 추가 보상과 단말 할인을 내놨다. 파이낸셜뉴스는 다음 달 아이폰 듀오 출시까지 번호이동 경쟁이 10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AI라는 또 다른 축

9월 14일(현지시간) 애플은 iOS 27을 배포하며 시리 AI를 베타로 열었다. 초기에는 영어만 지원하고, 10월부터 한국어·프랑스어·일본어·포르투갈어·스페인어로 확대할 예정이다. 문자와 이메일, 일정에서 정보를 찾아주고 전용 앱에서 대화형으로 후속 질문도 받는다. 다만 쓰려면 설정 앱에서 따로 참여를 신청해야 하고, 초기 수요에 따라 대기자 명단에 오를 수도 있다.

터너스 CEO는 취임 후 첫 행사에서 시리 AI를 아이폰18 프로의 핵심으로 규정했다. 폴더블 하드웨어 경쟁과 별개로, 애플은 AI 개인화 서비스라는 축을 동시에 내세운 셈이다. 두 축이 같은 제품군 안에서 함께 굴러가는 모양새다.

다음에 확인할 것

  • 10월 16일 예약, 23일 판매되는 아이폰 듀오의 실제 초기 판매량과 국내 반응
  • 삼성이 갤럭시Z폴드8 마케팅을 애플 출시 시점(10월)에 맞춰 추가로 강화하는지 여부
  • 시리 AI의 10월 다국어 지원(한국어 포함) 실제 적용 시점과 완성도
  • 통신 3사의 아이폰 듀오 사전예약 프로모션 및 번호이동 시장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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