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 후폭풍 맞은 KT, AI 전환에 더 속도를 낸다

사이재

2026년 09월 18일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KT를 둘러싼 보도를 시간순으로 놓으면 두 갈래 흐름이 겹친다. 하나는 지난해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후속 처리다. 다른 하나는 AI 전환을 앞세운 공격적 사업 재편이다. 두 흐름은 같은 시기에 나란히 진행됐다.

유출 사고, 숫자로 정리되다

7월 19일 보도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KT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대한 제재 안건을 7월 29일 전체회의에서 심의할 예정이었다. 법정 최대 과징금은 무선서비스 매출의 3% 한도로 계산해 2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됐다. KT의 최근 3년간 무선서비스 매출이 연평균 약 6조6689억원이니 그 3%가 그 정도다. 다만 같은 보도는 감경 여지도 함께 짚었다 — 사고 뒤 해지 위약금을 면제하고 보상 프로그램을 운영한 점, 정보보호 투자 확대 계획을 내놓은 점이다. 사고는 지난해 9월 불법 소형 기지국 펨토셀을 통해 가입자 정보가 유출되면서 시작됐다. 피해 규모는 이 두 달 사이에 바뀌었다. 7월 19일 보도가 쓴 숫자는 2만2227명이었는데, 7월 29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전체회의에서 과징금을 확정하며 밝힌 유출 인원은 1만6647명이었다. 무단 소액결제 피해를 입은 368명과 2억4000만원대 피해액은 두 시점 모두 같았다. 기사 한 건만 보면 2만2227명에서 멈추지만, 열흘을 더 따라가면 확정치가 따로 있다. 눈여겨볼 대목이 하나 있다. KT는 사고가 나기 전부터 정보보호에 가장 많이 쓰던 통신사였다. 지난해 정보보호 부문에 1276억원을 투입해 4년 연속 연간 1000억원을 넘겼고, 단일 기업 기준 국내 3위이자 통신사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였다. 돈을 가장 많이 쓴 곳에서 사고가 났다는 뜻이다.

8월 3일 보도는 이 사고의 파장이 가입자 이탈로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KT는 올해 1~7월 번호이동에서 23만2901명이 순감해 이동통신 3사 중 유일하게 가입자가 줄었다. 반면 SK텔레콤은 15만6842명, LG유플러스는 5만7930명이 순증했다. 특히 KT가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올해 1월 13일까지 전 고객 해지 위약금을 면제하자, 1월 한 달에만 23만4620명이 빠져나갔다. 사고 수습을 위해 문을 열어 준 조치가 이탈의 통로가 된 셈이다. 3월 이후 순증세로 돌아섰지만 월 수천 명 수준이라 회복은 더뎠다. 같은 기사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KT에 539억7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전했다. 7월 시점 추산치인 2000억원 안팎보다는 크게 줄어든 금액이다. 개인정보위는 조사 과정에서 거짓 자료를 제출해 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형사 고발도 함께 결정했다. KT는 의결서를 면밀히 검토한 뒤 행정소송 여부를 정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같은 기간, AI로 방향을 튼다

과징금과 가입자 이탈이 정리되던 8월 12일, KT는 '2026 코퍼레이트 데이'에서 중장기 전략을 공개했다. 2028년까지 AX(AI 전환) 매출을 2배 이상 키우고 연결 영업이익률 9%, ROE 9~10%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여의도 콘래드호텔에 국내외 기관투자자와 애널리스트 50여 명을 불러 놓고, 대표가 직접 발표와 질의응답에 나선 자리였다. AI 데이터센터, AI 엣지, 해저케이블, 위성 등 인프라를 축으로 'AX 플랫폼 컴퍼니'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비핵심 자산 유동화와 누적 1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도 함께 내놓았다.

이후 행보는 이 전략을 뒷받침하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8월 18일에는 과기정통부 '모두의 AI' 프로젝트 공모에 KT가 다음, 리벨리온, 업스테이지, 무신사 등 16개 기관과 컨소시엄을 꾸려 참여했다. 8월 24일에는 ERP·BSS 등 핵심 업무 시스템을 AI·클라우드 중심으로 개편하는 '넥스트 IT' 전략을 발표했다. 플랫폼·인프라·업무환경 세 축을 한꺼번에 뜯어고치는 구상인데, 보안과 안정성 강화를 앞세운 점이 눈에 띈다. 9월 3일에는 기업 데이터를 AI 에이전트가 쓸 수 있도록 표준화한 데이터 활용 체계를 공개했다. 이상봉 AX데이터랩장은 그 자리에서 문제를 이렇게 짚었다 — 에이전트끼리 협력이 늘수록 데이터와 업무 기준을 맞추는 복잡성도 함께 커져, 많은 기업이 AI 에이전트를 도입하고도 조직 전반으로 퍼뜨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9월 14일에는 'AX 인사이트 리포트'를 내며 금융기관 59.5%, 공공기관 30%가 AX 실행 단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은행·증권·보험·카드사 임직원 200명과 중앙부처·지자체·공공기관 임직원 200명, 모두 400명에게 물은 결과다.

두 흐름이 만나는 지점

'모두의 AI' 착수 간담회에서 세 컨소시엄의 결이 갈렸다. 전자신문은 세 곳의 핵심 가치를 SK텔레콤 '수요', KT '이음', 카카오 '편리'로 정리했다. 카카오가 4900만이 쓰는 카카오톡 안에서 별도 설치 없이 굴리겠다고 한 반면, KT는 '양방향 이음 에이전트'로 국내 서비스를 플러그인처럼 끌어다 붙이는 쪽을 골랐다. 다음 포털의 AI 모드 초개인화 검색, 다나와·직방의 실시간 데이터, NC AI의 3D 모델을 그 위에 얹는 구성이다. 박윤영 대표는 이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가장 잘 만든 AI를 누구든 소외되지 않게 오프라인 현장까지 찾아 모든 국민이 사용할 수 있게 할 것

이 발언은 KT가 유출 사고로 잃은 신뢰를 AI 서비스 확산으로 만회하려는 방향과 겹쳐 읽힌다. 과징금 처리와 가입자 이탈 수습이 진행되는 동안 AX 전략, 모두의 AI 참여, 넥스트 IT, 에이전틱 데이터 체계 발표가 거의 매달 이어졌다. 보안 사고로 흔들린 기업 이미지를 AI 투자와 신사업 발표로 상쇄하려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 그 사이 8월 22일에는 서울시와 함께 초등학생 100명을 모아 AI 윤리를 가르치는 캠프를 열었다. 기술을 파는 회사가 윤리를 가르치는 자리에 선 것은, 유출 사고를 낸 해에 놓고 보면 그 자체로 메시지다. 9월 13일 보도처럼 아이폰18 출시에 맞춘 마케팅 경쟁도 같은 시기에 겹쳐 있다. KT는 가입자 방어와 AI 전환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셈이다.

다음에 확인할 것

  •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최종 제재 확정 여부와 후속 시정명령 내용이 추가로 나오는지
  • KT 번호이동 순감세가 3분기 이후에도 이어지는지, 아이폰18 마케팅 효과로 반등하는지
  • 12월 출시 예정인 '모두의 AI' KT 서비스가 실제로 어떤 기능으로 나오는지
  • 2028년 AX 매출 2배, 영업이익률 9% 목표의 중간 진척 지표가 언제 공개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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