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AI 호황 속에서 갈라진 다섯 갈래 흐름

사이재

2026년 09월 16일

8월 5일부터 9월 14일까지 40일 동안 삼성전자를 다룬 기사들을 시간순으로 늘어놓으면 한 회사가 동시에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게 드러난다. 반도체 기술 개발, 주주 환원, 사업 다각화, 대외 협력, 비용 관리라는 다섯 갈래 흐름이 같은 시기에 겹쳐 진행됐다. 개별 기사만 보면 각각 독립된 뉴스처럼 보이지만, 나란히 놓고 보면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는 하나의 배경이 이 모든 움직임을 관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메모리 기술, 위로 쌓고 안으로 파고들다

8월 5일 FMS 2026에서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를 모두 3차원으로 쌓는 차세대 메모리 전략을 공개했다. GPU 위에 얹는 'zHBM'은 웨이퍼를 통째로 붙이는 '웨이퍼 온 웨이퍼(WoW)'와 구리를 직접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구리 본딩(HCB)' 기술로 연결 밀도를 기존보다 10배 높였다. 그 결과 개발 중인 HBM5보다 성능은 4~8배, 전력 효율은 3배 높다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같은 자리에서 400단 이상을 쌓은 V낸드도 처음 공개했다. 같은 달 25일(현지시간) 핫칩스 2026에서는 메모리 내부에서 직접 연산을 처리하는 'LPDDR5X-PIM'의 성능을 공개했는데, 메타의 라마 3.1 모델 기준으로 추론 시간이 12.3초에서 5.4초로, 초당 토큰 처리량은 27개에서 81.3개로 늘었다고 밝혔다.

한 달여 뒤인 9월 11일 헤럴드경제는 KB증권 전망을 인용해 삼성전자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이 2분기 33%에서 4분기 40%에 근접할 것이라는 분석을 전했다. 1분기 21%에서 2분기 33%로, 다시 4분기 40% 근접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8월 초 공개한 기술 로드맵이 실제 매출과 점유율로 옮겨가는 과정과 겹친다. 기술 발표와 시장 점유율 회복이 같은 시기에 나란히 보도됐다는 점은 이 두 흐름이 무관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같은 시점에 4나노 파운드리 수율이 80% 이상으로 안정화된 것으로 추정되면서, 파운드리 사업이 하반기 흑자 전환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나왔다.

벌어들인 돈을 어떻게 쓰는가

8월 21일 삼성전자 이사회는 90조~110조원 규모의 2026년 주주 환원안을 의결했다. 2020년 최대치였던 20조3000억원의 약 5배에 달하는 규모로, 3분기에만 약 30조원의 현금 배당을 하기로 했다. 회사는 이 결정의 배경으로 2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크게 늘어난 약 89조5000억원을 기록한 점을 들었다. 삼성전자는 2016년부터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 환원에 쓴다는 원칙을 지켜왔는데, 2024~2025년 두 해 동안의 정규 배당 총액이 19조600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환원 규모의 격차가 두드러진다. 이틀 앞선 19일에는 SK하이닉스도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발표해, 반도체 업계 전반의 주주 환원 경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이 결정을 두고 "회사의 성장에 따른 성과가 주주들에게 실질적 혜택으로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시기 지배구조 쪽에서도 움직임이 있었다. 9월 9일 이재용 회장이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으로부터 약 1조9000억원 규모의 보통주를 장외 매수하기로 했는데, 상속세 납부용 대출을 상환하기 위한 오버행 리스크 차단 목적이었다. 이 거래로 이재용 회장의 지분율은 1.47%에서 1.58%로 늘어나지만 지배구조 자체에는 변동이 없다. 대규모 이익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결정과, 총수 일가 내부의 지분 이동으로 시장 충격을 막는 결정이 비슷한 시기에 연달아 나온 셈이다.

반도체 밖에서 벌이는 실험들

삼성전자는 반도체 외 영역에서도 여러 움직임을 보였다. 8월 11일에는 게임스컴 2026 참가를 밝히며 6K 게이밍 모니터, SSD, 갤럭시 Z폴드8 울트라 등을 앞세워 게임 기기 시장 확대에 나섰고, 배경으로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중국 업체의 물량 공세로 일반 전자제품 사업이 침체에 빠졌다는 점을 들었다. 실제 행사 기간에는 펄어비스와 협업하고, 클레온과 함께 프로게이머 '페이커' 디지털 휴먼을 전시장에 구현해 팬 체험 요소까지 더했다.

9월 14일에는 제주에서 열린 그린수소 글로벌 포럼에서 히트펌프 방식의 냉난방 솔루션 'EHS 올인원'과 'EHS 히트펌프 보일러'를 전시했다. 게임 기기와 냉난방 설비는 언뜻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모두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벌어들인 이익을 수익성 있는 새 먹거리에 재배치하려는 움직임으로 읽을 수 있다.

비용은 아끼고, 신뢰는 관리하고

9월 14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한국전력이 제안한 총 25조원 규모의 전기요금 선납안을 거절했다. 한전이 삼성전자에 제안한 규모는 20조원으로, 지난해 납부 기준 약 5년 치에 해당했는데, 반도체 업황이 좋아도 중장기 불확실성을 고려해 대규모 비용을 미리 집행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110조원 규모의 주주 환원을 결정한 회사가 같은 시기 5년 치 전기료 선납은 거절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전으로서는 아쉬운 결과다 — 지난 6월 말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10조7000억원으로 하루 이자 비용만 115억원에 달해, 선납금을 전력망 투자 재원으로 쓰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9월 9일에는 미스트랄 AI와 반도체 특화 AI 모델 공동 개발에 나섰다. 같은 날 미스트랄이 유치한 30억유로(약 4조4000억원) 규모의 시리즈 D 투자에도 이름을 올렸는데, AI타임스는 이 라운드를 '삼성전자가 주도한' 것으로 전했다. 밖에서 매긴 평판과 안에서 매긴 평판이 같은 방향은 아니었다. 8월 초 공개된 블라인드의 '정서적 연봉' 순위에서 1위는 한국전력기술(1억1888만원), 2위는 SK하이닉스(1억155만원)였고 삼성전자는 상위 10위 안에 없었다. 같은 리포트의 반도체 업계 분석에서 SK하이닉스는 복지·윤리·조직몰입 등 전 영역에 걸쳐 삼성전자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적 평판 관리도 이어졌는데, 9월 14일 국내에 전해진 뉴스위크의 조사 — 20개국 23개 산업군의 글로벌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6만5000명의 의견을 모은 '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기업' 조사에서 삼성SDS가 소프트웨어 부문 글로벌 1위(2024년 1위, 2025년 2위에 이어 다시 1위), 삼성전자는 가전 부문에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다음에 확인할 것

  • 4분기 HBM 점유율이 실제로 40%에 근접하는지, 그리고 HBM4E·zHBM 등 후속 제품의 샘플 공급 일정이 계획대로 진행되는지
  • 내년 1월 이사회에서 결정될 나머지 주주 환원 방식(현금 배당 대 자사주 매입·소각)의 구체적 비중
  • 미스트랄 AI와의 반도체 특화 AI 모델이 실제 공정 최적화·결함 예측 등에 적용된 사례가 나오는지
  • 게임 기기·냉난방 솔루션 등 비반도체 사업이 실제 매출·수익성 지표로 확인되는지
  • 이재용 회장의 홍라희 전 관장 지분 매수(거래 예정일 다음달 12일)가 예정대로 마무리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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