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8일부터 9월 17일까지 30일 동안 구글을 둘러싼 보도를 시간순으로 늘어놓으면 하나의 그림이 보인다. 제품은 검색과 워크스페이스, PC 운영체제 안까지 파고들며 몸집을 불리고 있고, 그 확장의 대가로 유럽과 한국의 규제 장벽에 부딪히고 있으며, 이를 지탱할 전력과 인재 확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AI를 제품 전면에 심는 속도
8월 말부터 9월 중순까지 구글이 내놓은 발표는 하나같이 AI를 기존 서비스의 표면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이었다. 8월 26일에는 음성 대화 기능 제미나이 라이브에 스파크·데일리 브리프·퍼스널 인텔리전스를 통합해, 말로 메일 정리와 일정 확인, 문서 작업까지 지시할 수 있게 했다. 다음 날인 8월 27일에는 대화형 검색 AI 모드에 항공권 가격 추적과 호텔 예약 기능을 붙였다. 사용자가 조건을 말하면 300곳 넘는 항공사·여행 사이트 가격을 비교하고, 가격이 바뀌면 메일로 알려주는 방식이다. 호텔 예약은 부킹닷컴, 익스피디아, 힐튼 등과 연동해 미국에서 먼저 시작했다.
9월 10일에는 윈도우용 제미나이 데스크톱 앱을 출시해 Alt+Space 단축키로 작업 화면 위에 AI를 바로 불러올 수 있도록 했다. 9월 15일(현지시간)에는 제미나이 노트북에 실시간 음성 대화와 맞춤형 퀴즈·영상 기능을 더해 학습 도구로도 확장했다. 검색창 하나였던 접점이 여행 예약, 업무 자동화, PC 운영 환경, 학습 도구까지 넓어진 셈이다.
확장에는 규제라는 청구서가 따라온다
같은 시기 구글은 두 개의 지역에서 정반대 성격의 규제 압박을 받았다. 유럽에서는 9월 8일 EU 디지털시장법 위반에 따른 시정 조치로 검색 결과 화면을 바꿨다. 지난 7월 부과된 4억6000만유로 과징금이 배경이다.
구글은 이번 개편을 두고 29년 검색엔진 역사상 최악의 품질 저하가 될 것이라고 스스로 엄포를 놓았다.
"사용자 경험을 저하시키고 유럽 기업들의 비용을 늘릴 것"
개편된 화면은 버티컬 검색 서비스 하나를 상단에 노출하는 방식인데, 구글은 이 구조가 오히려 익스피디아·부킹닷컴 같은 대형 중개 플랫폼에만 유리하다고 반박했다. 자사 우대를 막으려던 규제가 개별 호텔이나 항공사가 아닌 또 다른 대형 플랫폼을 우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한국에서는 성격이 다른 규제가 진행 중이다. 9월 들어 구글이 구글 지도와 구글 어스의 위성·항공사진에서 국내 군사·보안시설을 가림(블러) 처리한 것이 확인됐다. 가려진 곳에는 청와대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 그리고 성주 사드 기지 같은 주요 주한미군 기지가 들어갔다. 정부는 지난 2월 구글이 신청한 1대 5000 축척 정밀지도 국외 반출을 조건부로 허용하면서 군사·보안시설을 가릴 것을 요구했다. 구글은 그동안 글로벌 서비스의 일관성을 이유로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과거 두 차례 반출 신청은 그래서 무산됐다. 구글 지도가 국내에 정식 출시된 지 18년 만에 조건을 수용한 것이다. 내년 1분기 길찾기·내비게이션 정식 반출이 목표로 거론되지만, 스트리트뷰 등 남은 조치와 정부·학계 검증이 아직 남아 있다. 유럽에서는 자사 우대를 막는 규제에 맞서고, 한국에서는 정보 통제를 요구하는 규제에 맞춰 데이터를 가리는, 서로 다른 방향의 순응이 같은 시기에 겹쳤다.
전력과 사람을 둘러싼 물밑 경쟁
제품 확장과 규제 대응 뒤에는 이를 지탱할 인프라와 인재 확보가 있다. 9월 9일 구글은 핀란드에 130억유로를 투자해 데이터센터 3곳을 신설하고 기존 하미나 시설을 확장한다고 밝혔다. 핵심은 부동산이 아니라 전력이다. 포르툼과 22년간 원전 전력을 사들이는 계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2030년부터 2049년까지 로비사 원전 발전 용량의 최대 50%를 확보한다. 구글이 미국 밖에서 원전 전력 계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핀란드는 전체 전력 생산의 39%를 원자력에 의존한다 — 데이터센터 냉각에 유리한 추운 기후까지 겹쳐 유럽의 AI 인프라 거점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루스 포랏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 전략을 'BYOP(Bring Your Own Power)'라고 불렀다. 쓸 전기는 직접 마련하라는 뜻이다. 그 표현은 AI 인프라 경쟁의 무게중심이 칩과 서버를 넘어 전력 확보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재 쪽에서는 구글이 지키는 입장이 아니라 잃는 입장으로 등장한다. 블룸버그통신은 8월 21일(현지시간) 앤트로픽이 구글에서 1세대부터 7세대까지 TPU 개발을 이끈 아미르 살렉을 영입했다고 보도했다. 앤트로픽은 지난 6월에도 오픈AI 맞춤형 칩 개발 초기 멤버를 데려왔고 삼성전자 파운드리와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의 27년 전설로 불리던 제프 딘 전 수석과학자 역시 퇴임 후 스타트업 디스커버리 루프를 창업하고, KAIST와 국가AI연구거점이 8월 13일 서울 AI 허브에 마련한 자리에서 퇴임 후 첫 강연을 했다. 그가 강조한 것은 결국 연산 능력, 즉 구글이 TPU로 앞서 있던 바로 그 자원이었다.
경쟁과 협력이 같이 가는 지점
9월 15일(현지시간)에는 오픈AI, 앤트로픽, 구글 딥마인드가 AI 에이전트 확산에 따른 안전 문제에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모델 성능과 속도로 치열하게 경쟁해온 세 회사가 안전 기준에서는 공통분모를 찾으려는 움직임이다. 다만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이런 협력이 반독점 예외를 명분 삼아 후발 기업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 내부에도 이미 가치 정렬을 전담하는 인력이 있다. 이아손 가브리엘 수석연구원은 2017년 딥마인드에 합류해 제미나이의 정렬 체계를 만들어 왔고, 2024년 타임이 뽑은 'AI 분야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도 올랐다.
싱가포르에서 나온 발언은 이 확장의 다음 방향을 짐작하게 한다. 9월 16일(현지시간) 구글 아태 개발자 생태계 총괄은 6억 인구의 동남아시아를 서구권 진출 전 검증 무대로 규정하며 한국 스타트업에 현지화를 주문했다. 검색과 업무 도구를 AI로 채우고, 이를 뒷받침할 전력과 인재를 확보하고, 규제 지형이 다른 시장마다 다르게 대응하는 동시에 다음 성장판으로 동남아를 지목하는 흐름이 한 달 사이에 겹쳐 있다.
다음에 확인할 것
- EU 검색 개편이 실제 유럽 사업자 트래픽과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수치로 나오는지
- 한국 정밀지도 반출 조건 이행 자료 제출과 내년 1분기 내비게이션 서비스 출시 여부
- 핀란드 원전 전력 계약이 실제 가동되는 2030년까지 다른 지역 전력 조달 방식에도 유사한 계약이 나오는지
- 오픈AI·앤트로픽·구글 딥마인드의 AI 안전 공동 대응 논의가 구체적 합의나 기구로 이어지는지, FTC가 이를 어떻게 다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