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4일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10억달러 규모 전략적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그 뒤 열흘 남짓 네이버를 둘러싼 보도를 시간순으로 놓아보면 한 회사가 인프라와 조직, 자본을 동시에 손보는 모습이 드러난다.
AI 팩토리, 계약 구조가 드러나기까지
7월 27일 연합뉴스는 네이버·엔비디아·브룩필드의 100억달러 AI 팩토리 동맹을 "글로벌 AI 인프라 사업자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선언"이라고 짚었다. 동시에 엔비디아 생태계에 기반한 출발이라는 점에서 "성장 기회와 기술 종속이라는 두 과제"를 안게 됐다는 평가도 함께 실었다. 같은 보도에 담긴 증설 계획은 세종의 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확장해 내년 상반기 55MW를 우선 가동하고, 2028년 200MW를 거쳐 최종 1GW급으로 키우는 순서다.
일주일 뒤인 8월 3일, 네이버는 실제 계약 구조를 공시했다. 엔비디아가 10억달러를 지분 투자해 네이버 지분 4.5%를 보유한 3대 주주가 되고, 네이버는 이를 바탕으로 100% 자회사인 AI 팩토리 운영사를 세운다. 브룩필드는 최대 90억달러를 투자해 특수목적법인(SPV)을 구성하고, 이 SPV가 GPU와 데이터센터 설비를 소유한다. 운영사는 SPV로부터 컴퓨팅 자원을 공급받고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지급하는 구조가 논의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것은 6월 발표한 총 1GW 규모 사업 중 1단계인 200MW 사업이며, 브룩필드는 12주간 독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갖는다.
블로터는 이 구조의 의미를 GPU 수급 안정화로 짚었다.
엔비디아가 네이버의 주주가 되면 과도하게 불리한 GPU 공급 조건을 제시하기 어려워진다
자금 조달보다 GPU 공급망 확보 자체가 핵심이라는 해석이다.
인프라 밖에서도 동맹은 이어졌다
7월 27일(현지시간)에는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오픈 시큐어 AI 얼라이언스'가 출범했고, 네이버는 SK텔레콤과 함께 창립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어도비,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37개 기업·기관이 참여해 AI 모델과 취약점 분석 도구를 공동 개발하는 연합이다. AI 팩토리 동맹이 컴퓨팅 인프라 차원이라면, 이 연합은 보안 기술 차원에서 엔비디아 생태계와 접점을 넓히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이틀 뒤인 7월 29일에는 콘텐츠 생태계 쪽 지표도 공개됐다. '네이버 메이트'로 선정된 창작자 콘텐츠의 AI 브리핑 인용 횟수가 한 달 새 48.3% 늘어 5억2802만회를 기록했다. 전체 검색 질의 중 AI 브리핑 비중은 27%까지 올라왔고, 네이버는 연말까지 이를 40%로 늘릴 계획이다. 인프라 확장과 나란히 AI 검색이 실제 이용자 접점에서도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다.
안에서는 채용 구조를 흔든다
7월 31일 한국경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정기 공채를 손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네이버는 2023년부터 운영해온 '팀 네이버' 통합 채용 프로그램을 올해 가동하지 않았고, 매년 3월 수백 명을 뽑던 관례도 깼다. 한꺼번에 많은 인력을 뽑는 방식 대신 필요할 때 채용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설명이다. 회사 측은 "AI 전환기에 적합한 인재상과 평가 방식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8월 4일에는 정반대 방향의 영입 소식도 나왔다. 김선호 전 국방부 차관이 상근 경영고문으로 합류하기로 했다. 공공·국방 분야 AI 전환(AX) 사업 확대를 위한 포석으로, 정기 공채는 줄이면서도 특정 영역의 고위급 인력은 선별 영입하는 이중적 흐름이 같은 시기에 겹친다.
실적 발표를 앞두고 드러난 숫자들
8월 3일 테크M에 따르면 네이버의 2분기 시장 전망치는 매출 3조3662억원, 영업이익 5657억원으로 역대 2분기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치지직의 월드컵 중계권 확보와 커머스·광고 성수기 효과가 반영된 수치다. 다만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48% 늘어나는 동안 영업이익 증가 폭은 8.46%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그 배경으로는 GPU 감가상각비와 월드컵 중계료, 커머스 마케팅비가 함께 꼽혔다. AI 팩토리 투자가 아직 매출로 돌아오기 전에 비용 구조에는 먼저 반영되고 있다는 뜻이다.
같은 날 뉴시스는 네이버 제2사옥 '1784'의 누적 방문객이 3만명을 넘었다고 전했다. 젠슨 황을 비롯한 세계 73개국 인사가 다녀갔고, 사옥에서 검증한 로봇·디지털트윈 기술이 사우디·일본 수출로 이어졌다는 내용이다. AI 팩토리라는 대형 계약 발표 시점에 맞춰 기술 실증 성과가 함께 부각된 셈이다.
자본은 계열사로도 흐른다
8월 4일 서울경제는 네이버가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에 1300억원을 추가 출자한다고 보도했다. 이번 출자로 누적 출자액은 약 1800억원으로 늘어나며, 크림은 이 자금으로 연결 자회사인 일본 소다를 비롯한 아시아 플랫폼 네트워크를 묶어 해외 확장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가 진행되는 동시에 계열사 사업 확장에도 자본이 계속 배분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다음에 확인할 것
- 8월 7일 예정된 네이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GPU 비용이 실제 영업이익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 브룩필드 SPV 구성을 위한 12주 우선협상 결과와 무산 시 대안 조달 방식
- 내년 상반기 55MW 우선 가동 일정이 계획대로 지켜지는지
- 신입 공채 폐지가 확정될 경우 구체적인 수시 채용 규모와 인재상 개편 내용
- AI 브리핑 검색 비중 40% 목표 달성 여부와 네이버 메이트 보상 규모 변화